[경기중앙신문]
▲栗田 염필택 [시인,문학] |
新빙하기의 이태원 [栗田 염 필 택]
와르르 억장이 무너지듯
하늘은 내려앉아 천둥 번개와 우박으로 불호령을 질러댔고
부글부글 가슴이 들끓듯
땅마저 속 시끄러워 지진으로 살가죽마저 흔들어 댔다
온천지가 마음을 합해
눈물범벅 살 떨리는 통곡으로 밤낮을 지새우는 꾸짖음에
가슴 찢기운 에미
숨쉬기조차 미안한 애비는 형기 없는 죄인이 되어 헤매고
창살 없는 철창 속에
스스로 가두고 몸부림치는 남은 자들의 절규는 넘쳐나며
자줏빛 리본 멍 자국이
목울대 먹먹하게 조여오는 자책감은 핏빛 눈물이 되는데
책임질 자들은 모르쇠
기억상실증 집단에 맞힐 백신 개발은 엉켜버린 실타래
희생자를 위한 헌화조차
못하겠단 균형 잃은 암군(暗君)의 갈지자 행보는 백성을 분노케 하리
시월 스무아흐렛날
시간은 新빙하기를 맞아 얼어붙어 멈춰버린 사연, 사연들
풀잎 사람들의 도도한 흐름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안전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리라
얼음장 속 매머드도
거역 못 할 해빙기를 맞아 몸을 드러내고 냄새를 풍기듯이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수레바퀴는 보지 못했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것이 역사
구천을 떠돌 고혼들이여!
노여움은 남은 자들의 가슴, 가슴마다 나눠줘 삭이시고
억울함은 거두시어
따스한 사랑만 품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잠드소서,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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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어느새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기가 되었다.
낯조차 들기 부끄러운 후진국형 압사 사고가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 젊은 청춘들이 객사하여 아직도 외로운 영혼으로 구천을 떠돌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는 없고 관련자 대부분이 속속 무죄선고를 받아 면죄부를 받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유가족들의 절규만이 귓전을 때리며 맴돌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다운 나라’는 영원히 못 이룰 헛구호런가!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 특히 ‘이태원 만가’로 제10회세종대왕문학상 최우수상(2023)을 수상하고 대한시문학협회 및 한양문인회에서 활동 중임.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
栗田 염필택 webmaster@ggjap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