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스캠 사기범에게 재산을 털리지 않게 하려면...
[경기중앙신문]
▲栗田 염 필 택 [문학,시인] |
요즘 나라가 어수선한데 혼란기일수록 민생침해사범의 활동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한때는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시끄럽더니 외국 주둔 미군, 또는 의사 및 전문직을 사칭하는 남성들에 의해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혼인 빙자 사기) 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젊은 여성들이 금전을 편취당하고 상당 기간 신뢰를 쌓고 애정이 싹터서 미래를 꿈꾸던 상대, 즉 범인으로부터 철저히 배신을 당함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어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는 대상 표적도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침투가 이루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단절된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노년층까지 통신기기 사용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추세에 편승하여 정에 목마른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사랑을 가장한 사기가 로맨스 스캠이다.
보이스 피싱은 겁박(劫迫)을 무기로 해서 피해자가 공포 심리하에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하여 금품을 강탈하는 사기라면,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에게 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접근하여 상당 기간 신뢰를 쌓아가게 하면서 심정적 유대감이 최고조에 이를 때 피해자를 위하는 척, 같이 사업에 동참하자고 유인하여 가상화폐, 주식 투자, 보이차 투자 등으로 많은 수익이 나는 것처럼 수십 명의 바람잡이들을 동원하고 대포통장으로 이체한 사본 및 수익이 나는 물증을 허위로 꾸며서 피해자의 판단 능력을 흐리게 하여 투자에 이르게 하는 고도의 심리적 사기이며 돈을 송금하는 순간 상황은 종료되고 사기범은 잠적해 버리는 수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가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혼혈인 미모의 대만 출신 여성 사기꾼을 겪으면서 로맨스 스캠 사기는 후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반전에서 7 ~ 10배의 수익이 나는 것처럼 꾸며서 보이차 구매 대금을 대포통장으로 받아 챙기고 나면, 후반전 사기행각이 시작되는데 피해자가 샀던 보이차를 보내주지도 않고 고가로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바로 경매에 내놓으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매각하라고 권유하고 당초 350만 원에 사들였던 보이차가 허위 경매에 부쳐서 10배 정도 가격으로 팔렸다고 대포통장에 입금된 것을 촬영해서 보여주며 당신에게 매각 대금을 곧 송금할 테니 구매자가 대만달러로 결제하여 환전 수수료와 세금은 원금에서 공제할 수 없으니 새로 준비해서 경매 수수료 10%를 합쳐서 수천만 원을 보내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짧은 시간 내에 입금하라고 재촉한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보유한 보이차가 경매에 낙찰되어 대금으로 수억 원이 입금된 것을 사기꾼이 보여주었는데 수천만 원을 내고라도 수억 원을 받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유도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처음부터 사기에 끌어들이고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여성이 재무부서의 안전 계좌에 당신의 돈이 보관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사장님이 하라는 대로 따르라고 옆에서 부추긴다.
다음 단계는 1차로 수천만 원을 송금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무부서에서 회신이 오기를 수천만 원을 입금했으나 안전 계좌로부터 인출과정에서 에러가 났다며 또 추가 금액을 입금해야 하는데
“사장인 나로서도 도와주고는 싶지만 어쩔 수 없어 매우 안타깝다!”
라는 말을 흘린다. 피해자로서는 받게 될 거금의 보이차 경매 낙찰 대금과 수수료 및 세금으로 수천만 원을 납부한 본전이 아까워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추가 금액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마련하여 또 송금하게 된다.
모든 것은 실체는 없고 SNS상에서 대포통장에 입금하고 송금하는 과정과 사진으로는 보이차를 보았지만 실제로 단 한 개의 보이차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 허구이다. 이제 사기극은 끝나고 사기범들은 유유히 돈을 챙겨 떠난다.
돈과 마음을 탈탈 털리고 상처만 남은 피해자는 남아 믿지 못할 현실에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괴감과 믿었던 사기범의 배신에서 오는 깊은 상실감으로 망연자실하여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가슴앓이 앓듯 하며 마음의 병을 앓아가는 것이 로맨스 스캠의 마지막 종착점인 것이다.
필자가 우연히 로맨스 스캠 사기범과 접속이 되어 본의 아니게 사기 사건의 잠입 취재가 이루어졌는데 60여 명의 바람잡이를 동원하여 단체방을 개설하고 보이차의 명소인 중국 윈난성 쿤밍시까지 가서 차상(茶商)의 내부 모습을 찍고 풍성한 사천식 요리를 시켜서 차상들과 식사하는 것처럼 위장하였으며, 허위 경매에 역할을 철저히 나누어 빈틈없이 진행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확고한 신뢰를 쌓는 사기범들의 기획력에 매우 놀랐다. 아무리 정상적인 사고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번 사기극에 끌려 들어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우리는 사기극에 휘말린 피해자들을 어리석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신속히 피해복구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필자에게 로맨스 스캠인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도 서너 통씩 오고 있다. 로맨스 스캠으로 평생을 모은 15억 원과 딸 사망보험금까지 편취당한 80대 할머니 이야기부터 가슴 아픈 사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전국 각처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어느 구석진 음지에서 사기범들은 온라인상에서 채팅앱, 만남앱, SNS 등을 이용하여 은밀히 새로운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부산 경찰청에서 122억을 편취한 로맨스 스캠 조직 내외국인 20여 명을 검거하고, 서울 경찰청은 14억을 편취한 로맨스 스캠 조직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국내와 국외로 연결되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제적 조직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은 많겠으나 좀 더 적극적인 수사 열정을 주문하고자 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일선 경찰관서에 피해 신고를 하고 나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다른 사건에 비해 로맨스 스캠 범죄 수사에 열의가 적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넘겨버린다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 사건은 발생 즉시 계좌 지급정지 등을 통해 구제하고 처벌 규정도 잘 갖추어져 있는데 반해서 아직도 로맨스 스캠 사건은 개인 간의 애정 문제 쯤으로 치부하고 처벌도 개인 간의 직거래에 의한 단순 사기죄에 준해 처벌하는 인식의 미비함이 남아 있어 외국의 사기꾼들이 법망이 허술한 한국을 좋은 먹잇감으로 여기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대만 등의 사기 조직들이 우리나라로 원정을 와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로맨스 스캠 사기는 개인 대 개인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다수의 사기꾼들이 기만 모집책, 수금책, 자금환전 및 세탁책, 총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국내외에 국제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치밀한 범죄 모의 끝에 실행에 옮기는 범죄조직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악질적 범죄이다. 순박한 개인은 범죄조직이 쳐놓은 거미줄에 잡힌 먹잇감으로 전락하여 도저히 헤어 나올 길이 없는 함정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를 줘 개인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흉악범죄라는 인식의 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로맨스 스캠 사기가 어떻게 개인과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중고 물품 거래사기쯤으로, 직거래 단순 사기로, 가볍게 여길 범죄란 말인가?
“정부는 빈발하고 있는 범죄조직의 사기 행각에 언제까지 개인의 주의만 당부하고 피해의 책임을 국민 개인에게 전가하려고 드는가?”
선량하게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온 자국민을 미비한 법체계로 인해 외국으로부터 몰려오는 사기꾼들에게 처분을 맡겨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한숨짓게 할 것이며, 사기꾼들은 편취한 불법 취득 재산으로 고가의 외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명품을 온몸에 휘감고 흥청망청 초호화 생활을 하도록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필자는 보이스 피싱 사범보다 로맨스 스캠 사범을 더욱 엄정하고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기만과 겁박으로 끝나버리는 보이스 피싱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감정적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절대적 믿음과 사랑을 미끼로 피해자를 기만하여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와 함께 금전적 손실을 입히는 로맨스 스캠 사범에게는 보이스 피싱사범에게 내려지는 형량에 더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도 물려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심신 상태까지 망가뜨리는 더욱 악질적 사범임으로 수사기관은 총력을 경주해 일망타진 책을 강구하고 국회는 조속히 합당한 처벌 기준을 입법 활동을 통해 촘촘히 수립하고 사법부는 허락되는 법정 최고 형량으로 다스리는 엄정함을 보여 사기범들이 한국에 발을 들여놓기를 기피하는 나라로 만들어 자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혹시 좀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은 분은 포털 사이트에서 “보이차 로맨스 스캠 사기”라고 검색해 보면 자세한 수법을 알 수 있음.
栗田 염 필 택 webmaster@ggjap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