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 필 택 [시인,문학] |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경고 [栗田 염 필 택]
울멍줄멍
억겁을 넘어와 솟아오른 백악기의 세월
사랑의 결실도 보지 못한
슬픈 사연 알알이 맺혀 누운 자리
어느 봄날
비상하는 종다리의 사랑 노래
창공으로 솟구치는 사랑에
세월의 더께를 비집고 깨어난 케라톱스
생명의 파사드(Passade)
작용 - 반작용의 대결적 정글의 법칙
게놈 지도에 따른 본능의 질주
상상만으로도 역동적이어야 할 타임캡슐
고요 속에
절규하는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시공을 초월한 엄중한 경고
봄바람을 따라 속삭이는 웅변 소리
번성을 위해
맹목을 멀리해야 할 여정에
파토스(pathos)를 쫓다가 맞는 멸절(滅絶)의 서막
어디선가
만가(挽歌)와 함께 들려오는
뿔 돋친 지구 생명의 조종(弔鐘) 소리
공룡알은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라고
오늘도 소리 없는 열변을 토하는 중!
<시작 노트>
▶파사드(Passade): 일시적인 사랑, 바람기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2008년 화성시 전곡항에서 발견된 한국 최초의 뿔공룡
어느 봄날 시인은 제부도 여행을 계획하고 지나던 길에 송산면의 공룡알 화석지를 탐방하게 되었다. 백악기부터 장구한 세월을 난각(卵殼)에 싸여 생명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비운의 사연을 간직한 채 울멍줄멍 맺힌 공룡알과 케라톱스의 흔적이 본능을 따라 장구한 세월을 번성했던 파충류 멸절의 최후를 대변하며 웅변을 토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구 탄생 이래 5번의 생명이 대 멸절을 겪었으나 모두 외부적 요인에 의해 멸절을 겪었지만, 6번째 대 멸절의 시기가 도래함을 지켜보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는 유일하게 자신의 편리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파괴한 환경 재앙이나, 아니면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핵전쟁 등 인류 자신이 원인이 되어 멸절하는 유일한 생물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번성을 위한 맹목적인 파토스(pathos)는 멸절의 전조증상을 보이며 서막을 열어 보이고 있다. 브레이크를 상실한 인류의 문명은 오늘도 앞만 보고 무한 질주를 하고 있음에 아득히 먼 옛날에 멸절을 겪은 뿔 돋친 지구 생명의 만가(挽歌)와 조종(弔鐘) 소리에 한층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대한시문학협회 및 한양문인회에서 활동 중임.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
栗田 염 필 택 webmaster@ggjap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