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김윤석 교수 |
우리 인간의 삶과 물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인간과 물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물은 비단 우리 몸의 생체를 유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인류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의식주와 관련된 수단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런 연유로 인류는 늘 물을 찾아서 이동했고, 물이 있는 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래서 물이 필요할 때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재원이었다. 그러나 온실가스에 기인한 지구 열대화는 결국 기후 위기의 초래와 함께 물 부족의 악순환을 유인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은 점점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1960년대 초반,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본 지구의 첫인상이 하나의 푸른 별이었다라고 회상하는 장면에서도 그런 사실은 여실이 드러난다. 그 표면의 2/3가 물로 채워져 있어 푸른 빛을 띄는 물의 행성이었던 지구가 현재는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97% 이상이 바닷물이고, 2%가 빙하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고작 1% 정도의 물만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1%의 물조차도 환경 오염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물 스트레스 지수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물의 중요성은 요즘 한창 전 세계의 중점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반도체 전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물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넓고 유용한 부지를 확보했다고 해도 쉽게 지을 수 없는 공장이 바로 반도체 공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용인지역에도 오는 2030년께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도 그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데 있어 엄청난 양의 공업 용수를 필요로 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물을 필요로 하듯이 반도체 공장 또한 물이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도 대단히 많은 양을 필요로 한다.
물은 반도체 제조 공정상 사용되는 주요 자원으로서, 제조 공정, 공정 가스 정화, 클린룸의 온도 및 습도 조절 등 물이 쓰이지 않는 단계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반도체 산업은 물 사용량이 대단히 많은 업종인 동시에 물이 반도체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가동중인 삼성전자의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는 하루 평균 약 30만 5000여톤의 물을 사용하고 있고, 대만 TSMC도 하나의 공장에서만 매일 9만 9000톤 가량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도체 공장에서의 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잘 증명하고 있다.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5개를 비롯해 반도체 설계·부품·장비 분야 150여개 국내외 업체가 들어설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하기에 2030년 말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업용수는 하루 3만톤, 2042년에는 하루 65만톤 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재 용인시 원삼면에 조성되고 있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만 해도 하루에 26만여 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서, 가까운 미래에 용인 반도체 관련 시설에만 약 100만 톤의 물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은 물 문제의 해결이 전력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가장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와같이 반도체 공장에서 꼭 필요하다는 물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용도로 쓰여지게 되는 것일까.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물은 크게 일반수, 순수, 초순수로 구분한다. 일반수는 정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 공업용수를 말하고, 일반수에서 전해질을 제거한 물을 순수라고 한다. 더 나아가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 및 산소를 제외한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 모든 물질을 제거한 물은 전도성이 없는 초순수(UPW : Ultra-Pure Water)라고 일컬어진다.
공업용수 중에서도 반도체와 직접 관련된 물은 초순수인데, 식각, 연마 등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하는 데 활용된다. 이렇게 초순수와 같이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이유는 반도체가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수준에서 취급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미량의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생산된 제품 중 양품의 비율을 뜻하는 수율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경우 이와 같은 초순수를 생산하는 장비의 전량을 해외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초순수도 수입해서 사용하는 실정이지만 최근에는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자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이 초순수는 반도체의 생명수라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초순수는 초미세 회로로 구성된 반도체를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총유기탄소량(TOC)의 농도가 3ppb(10억분의1) 이하 수준의 고순도를 유지해야 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깨끗하게 정수된 물 10톤으로 약 5톤 정도의 초순수를 생산할 수 밖에 없고, 반도체 6인치 웨이퍼 한 장당 1.5톤의 초순수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는 전기 전자 산업 분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만큼 필요한 생산량 또한 그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연유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 라인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초순수 역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엄청난 양의 초순수 생산을 위한 충분한 공업용수의 공급 없이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도 없고, 기존의 공장도 가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물은 반도체 공장의 생명수 일 수밖에 없다.
[김윤석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학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석사)
미국 Oregon State University 전기공학과(박사)
(현) 미래가치전략연구원 원장
(현)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겸임교수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김윤석 교수 webmaster@ggjapp.com